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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은 '역대급 환대', 국민들은 '독재자' 규탄…트럼프 국빈방문, 두 얼굴의 영국

baroissue.com입력 2025.09.18. 오전 12:16 보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 왕실의 역사상 전례 없는 초특급 환대 속에 두 번째 국빈 방문을 시작했지만, 그 화려한 의전의 이면에는 극심한 분열과 갈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다. 영국 왕실은 전통을 깨고 트럼프에게 역대 미국 대통령 최초로 두 번째 국빈 초청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선사했다. 런던 스탠스테드 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왕의 깃발을 지키는 공군 의장대가 도열했고, 찰스 3세 국왕이 주최한 윈저성 환영 행사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의장대와 120마리의 말이 동원됐다. 트럼프 부부는 국왕 내외, 왕세자 부부와 함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결혼식에도 사용됐던 화려한 금도금 마차를 타고 윈저성에 입성했으며, 41발의 예포가 발사되는 등 그야말로 왕과 같은 대접을 받았다. 이는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폭탄을 피하고 양국 관계를 다지려는 영국 정부가 왕실의 '소프트 파워'를 총동원한 필사적인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극진한 대우의 바로 옆에서는 트럼프를 향한 격렬한 저항과 조롱이 동시에 펼쳐졌다. 런던 시민들은 '악랄한 파시스트', '거짓말쟁이', '차 마시러 온 독재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고, 16일 밤에는 윈저성 외벽에 트럼프의 머그샷 사진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찍은 사진이 기습적으로 투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왕실의 환대와 국민의 분노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가운데,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영국으로 출발하기 직전과 방문 기간 동안 자신의 권력을 비판하는 세력을 향해 노골적인 탄압과 통제 의지를 드러내며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한 호주 기자에게 "조용히 하라"고 윽박지르고, ABC 기자에게는 "당신 같은 사람부터 겨냥할 것"이라며 언론 자체를 표적으로 삼겠다는 섬뜩한 경고를 날렸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2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며 언론에 대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권력 강화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 하원은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 위헌이라는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견제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통령에게 그 권한을 넘겨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는 국립공원에서 흑인 노예제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는 역사 자료와 전시물을 철거하기 시작했으며, 국무부는 극우 활동가의 죽음에 기뻐하는 반응을 보인 외국인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추방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브라질, 이란 등 자국에 비판적인 국가들의 외교관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9월에 열릴 유엔총회 참석까지 막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에서 펼쳐진 화려한 마차 행렬과 런던 시민들의 분노 섞인 함성은, 민주주의 시스템을 흔들며 권력을 강화해 나가는 트럼프 시대의 모순과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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